여행기

Hoi An 호이안에서의 특별한 어느날

콩지니어 2023. 3. 25. 15:48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근심과 걱정은 남을 수가 없는 이곳 호이안의 해변. 그럼에도 여행은 여행인지라 그 길에서 어떤 일들이 생길지 알 수도 없고, 좋은일만 있는 것 역시 아니다.

안좋은 일은 야속하게도 많은 경우에 한번에 몰려오곤 한다. 그 역시 여행의 길 위에서는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안좋은 일이 한번에 몰려온다면 거기게 좋은일도 섞여올 수 있는 것. 오늘은 그런 날의 기록은 남겨본다.

2023년 3월 22일, 그리고 23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있었던 여러 일들에 대한 글이다. 시간순서 보다는 좋은일과 안좋은일로 묶어보기로 함.

 

안좋은 일들

360 카메라의 어이없는 고장

한 6년 정도 전 LG360 카메라를 시작으로 여행을 할 때 항상 360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곤 했다. 화질은 조악하지만 가려지지만 않으면 놓치지 않고 찍을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찍는 시점에 구도를 신경써서 찍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당시는 생소했던 360도 비디오를 손쉽게 만들어 유튜브로 올릴 수도 있었던 점, 무엇보다 크기가 작다는 점이 좋았다. 이때부터 여행에 DSLR을 가지고다니지 않기 시작했다.

그 사이 여러 카메라를 사고 써왔다. Garmin VIRB 360이라는 미국 가격으로 80만원에 달하는 대학원생으로서는 큰 금액을 쿨하게 지르고, 결국 고프로 360 카메라를 살걸 후회를 하기도 했다. 결국 나중에 GoPro Fusion이라는 360 카메라를 상태 좋은 중고로 구매해서 잘 쓰긴 했는데, 액션캠 치고 좀 너무 넓적한 크기, 무지막지한 파일 용량, 후처리 프로그램의 불안정성 등 몇가지 불만이 있던 찰나, 호이안에서 후에로 가던 길에 사고가 나면서 사용 불능할 정도로 렌즈가 심하게 긁혀버렸다.

그래서 새로 눈에 들어온 것이 Insta360 카메라였다. 중국회사 제품이라 처음에는 관심이 별로 안갔었는데, 고프로와 거의 대등한 성능, 편리한 앱, 안정성 좋은 후처리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지원에 고프로 보다 많이 적극적이고 좋은 편이라 구매하게 되었다.

그리고 3월 22일, 어이없는 이유로 고장을 맞이하였다.

이 카메라는 10 미터까지 방수가 보장되는 카메라이다. 그래서 호스텔에 있는 수영장에서 놀다가 카메라를 반 쯤 담궈보았은데, 어라? 카메라가 이상하다.

배터리를 열어보니 카메라 안에서 물이 나온다. 아.. 이거 방수 안되는구나..

구글에 찾아보니 비슷한 사례가 꽤 있는 모양이다. 문제가 없는 제품은 계속 문제없이 잘 쓰는 듯 하나,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제품도 종종 나오는 모양이다.

급히 헤어 드라이기를 구해 소생시켜보려 했지만..

우선 배터리와 SD카드 부터 분리하고, 호스텔에서 드라이기를 빌려 안쪽을 말려보았다. 최대한 해보았지만.. 그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제조사에 메일을 보내서 이게 뭐냐고 문의를 했는데, 보증기간 1년 안에 있었던 일이면 처리해주겠다고 한다. 다시말하면 구입한지 1년이 넘었으면 방수고 뭐고 수리비용을 내가 내야한다는 말이다. 2021년 9월에 구입하였기 때문에 1년은 넘어간 상태이다.

제조사의 답장

다시 그게 말이 되냐고 항의를 하니, 그럼 수리비의 50%를 빼주겠다고 한다.. 수리비가 얼마일지는 받아 봐야 안다고 하는데, 공짜로 해준다고 해도 중국으로 보내고 받는 배송비는 내가 내야하는 각이라 최소 수만원은 이미 배송비이고, 거기에 수리비용 싸게 해줘도 합해서 10만원 내외로는 봐야할 듯 하다.

사실 저번 유럽여행 중 파리에서 셀카 찍다가 카메라가 넘어지면서 렌즈에 작은 스크래치가 생겨 다음모델 나오면 바꿀까 하던 중이기도 했는데, 할인 쿠폰으로 주면 안되겠냐고 딜을 해 볼 생각이다.

그 외에도 이 카메라의 커버케이스가 오토바이 타다가 어디로 날아가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뭐 카메라가 안되는 마당에 커버 케이스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에드센스 광고제한

최근 한달정도 에드센스 광고 수익이 눈에띄게 늘어나서 애드센스 수익 만으로도 베트남 여행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에 도달하였다. 여행 중 틈틈히 수익을 내면서 여행을 하는 것이 언젠가 부터 마음 한켠에서 멀리 보이는 목표로 가지게 되었고, 열심히 유튜브를 해서 도전해보는 방향으로 조금씩은 해보던 중이었다. 하지만 유튜브를 위한 영상편집이 나같은 초짜에게는 너무 오래걸리는 일이고, 2분짜리 영상에 10시간 이상 투자해서 올려도 뷰가 기대만큼 잘 안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에 고프로 카메라 비교영상 올린 것이 잘 터져서 4만뷰에 달하기는 했지만, 유튜브에서 수익을 내려면 구독 1000명에 특정 기준에 달하는 시청 시간이 나와야 한다. 이제 구독자 200명 채운 채널로는 아직 갈길이 멀다.

그래서 틈틈히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면서도 혹시 잘못 적은 내용이 있으면 수정도 가능한 블로그를 살려보기로 했다. 대학원에 있을 때 처음 티스토리를 열어서 개인만족으로 글을 몇개 올려둔 것이 있는데, 그 중 일부는 구글 검색에서 잘 나오는 글이 되어 약간의 유입은 몇년간 유지되고 있었지만, 아직 애드센스 승인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작년 10월을 기점으로 사실상 방치하던 티스토리를 다시 살려보기로 했다. 하루 1포스팅을 목표로 열심히 써내려가다 보니 애드센스를 3번 쯤 거절받고 12월 말 쯤 드디어 승인을 받았다. 처음 한달은 하루 1달러 찍히면 엄청 많이 들어왔다고 좋아하던 수준이었는데, 그 다음달에는 몇배, 그 뒤로도 계속해서 수익이 오르던 참이었다.

꽤나 빨리 상승궤도에 오른 애드센스 수익

23일 아침, 이제는 습관처럼 되어버린 티스토리 방문자 수 체크와 마지막으로 올렸던 글을 확인해보는데, 광고가 안뜬다. 이상하네 싶어서 PC를 켜서 보기도 하고, 다른 티스토리를 들어가도 보았는데, 내 블로그에서만 광고가 안뜬다. 이건 백프로다 하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몇시간 뒤, 쐐기를 박는 알림이 나타났다.

광고 제한 알림

제한이라고는 하는데, 광고 송출을 보니 하루 10건 아래로 노출되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수익이 0이 되는 상태에 빠져버렸다. 일반적으로 30일 전후라고도 하고, 어떤 경우는 광고 제한 기간에도 꾸준히 포스팅을 해서 7일에서 10일 전후로 제한이 해제되었다는 정보도 있어서 조금만 아쉬워하고 계속 포스팅을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는 호이안 해변이니까. 근심과 걱정이 남아있을 자리는 없다.

 

좋은 일들

첫 애드센스 수익 입금

소소한 것 부터 적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광고제한에 걸린 날 지난달 수익이 입금되었다.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틀어 처음으로 광고수익을 입금받는 순간이었다.

나의 경우 우리은행의 크리에이터 통장으로 받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 글을 하나 써보고자 한다.

해외송금 입금받기 완료

원래같으면 엄청 뿌듯하고 기뻐야 할텐데, 하필 광고제한과 겹치면서 그냥 이거라도 와서 다행이다 싶은 정도로 끝나버렸다.

미국 대학원 합격

작년 말 원서를 제출하고 몇달 내내 기다리던 소식인데, 정작 호이안에 앉아서 이걸 보니 아직 실감이 안나는건지 그냥 잘됬네 싶은 정도로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신경을 끄고 생각 없기 오던지 말던지 한 것은 아니었다. 돌아보면 대학원에 지원한답시고 대학 동기들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가정 꾸리고 있을 때 최저시급에 근접하는 계약직 연구원 월급을 받으면서 연명하고 있었던 터라 혹시라도 지원한 대학에 모두 떨어지면 그냥 답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번 다낭 여행도 마음 한편에서는 결과 발표시기에 임박한 시점에 어딘거로 도망가있고 싶어서 떠난 점이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도망쳐온 호이안의 도심이 너무 아름다워 마음이 조금은 씁쓸해지기고 했다. 결과 메일을 받기 전날의 일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보니 메일 하나가 와있다. 언제나 처럼 광고인가 싶다가도 뭔가 내용이 심상치 않다.

아침에 눈떠보니 와있는 합격 메일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 미국 대학원 준비 관련 포스팅을 올려면서 자세히 적어볼 예정이고, 결론적으로는 학비지원과 함께 박사과정으로 받아주겠다는 내용이다.

조금만 더 일찍 나왔다면 기뻐서 소리를 질렀을 지도 모르겠다. 이 학교는 12월 1일 원서 마감이었으니 거의 4달을 통으로 기다리면서 그 사이 불합격 메일만 연달아 받다 보니 기쁨 보다는 다행인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여러명이 함께 쓰는 호스텔 방에서 혼자 조용히 "예스, 됬다" 이정도로 혼자만의 축하를 끝냈다. 그동안 조마조마하며 지켜 본 가족들과 나보다 더 안절부절 하며 여러달을 보낸 여자친구에게 이제 해방을 알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내가 기쁜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박사과정의 시작은 고생길의 시작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학위를 받는 그 순간에나 기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는 조금이나마 "내가 헛살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라는 안도감도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 뒤의 이야기

마음 한 구석에 있던 답답함을 잊게 해주기에 호이안은 완벽한 곳이고, 그래서 하루하루 숙박을 연장하며 있었던 중이었다. 답답함은 이제 사라졌고, 여행을 계속되어야 한다.

다낭으로 오게 된 또다른 이유. 아직 끝내지 못한 여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봉쇄가 막 시작된 2020년 5월, 다낭에서 후에로 향하던 중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결국 후에에 도달하지 못하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못다한 그 여정을 끝낼 차례. 다시 돌아오겠지만, 이제는 호이안을 떠나 후에로 향하기로.

이상으로 호이안에서의 어느 특별한 날에 대한 기록을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