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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 항공 Saudia 탑승 후기 - 장점과 단점

콩지니어 2023. 9. 4. 13:23

최근 미국행 비행기를 알아보면서 말도안되는 비행기 가격에 고민을 하며 찾아보다 발견한 항공사가 있었으니, 바로 사우디 아라비아 국적의 사우디아 항공 입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항공사이다 보니 정보가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제가 직접 사우디아 항공을 타보며 겪고 느낀점들을 통해 사우디아 항공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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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 공항에서 대기중인 사우디아 항공 비행기

장점

경쟁력 있는 가격

제가 잘 알지 못했던 사우디아 항공을 타게 된 이유는 당연히도 가격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미국행도 미국 항공사에 비해 조금 저렴한 편인데, 저의 경우 특히 눈에띄게 더 저렴한 표가 하나 있어 예매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 LA로 향하는 비행기였고, 멀리 돌긴 하지만 반값 정도에 갈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예매할 시점인 지난 7월 말, 비행기표가 최고로 비싼 시기인 8월 중순~말 미국행 비행기는 말이 안된다 싶을 정도로 비쌌습니다.

구체적으로 저의 사례를 설명드리면, 저의 최종 목적지는 디트로이트 인데, 인천에서 디트로이트로 가는 편도 직항은 무려 2,000 달러, 한번 경유해도 1,500 ~ 1,600 달러에 달했는데, 사우디아로 LA로 가면 650 달러, 거기서 국내선으로 디트로이트로 가면 수하물 포함 210 달러로 총 860 달러에 디트로이트로 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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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사우디아 표

 

스카이팀 Sky Team 마일리지

사우디아 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는 않아도 나름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 입니다. 이는 어느정도의 서비스 수준은 된다라는 예상을 가능하게도 하지만,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적립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저 처럼 멀리 돌아갈 수록 마일리지는 더 많이 쌓을 수 있으니 꽤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먹을만한 기내식

한식은 제공하지 않아 한식이 필수이신 분들께는 단점이 되겠습니다만, 저는 다양한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한식이 아닌 음식도 잘 먹긴 합니다. 이슬람 교리가 중요한 항공사 답게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데, 생각보다 거부감이 별로 없는 음식이 나왔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향신료 향이 강할 것 같이 보였는데 막상 먹어보니 그렇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한국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비빔밥 보다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카이팀 항공사 답게 시간되면 음식은 꼬박꼬박 가져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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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와 이어플러그 제공

이건 주는 항공사도 있고 안주는 항공사도 있는데, 곱게 만든(?) 주머니에 여러 다른 위생용품과 함께 안대를 제공합니다. 비행기에서, 특히 장거리 비행에서 안대의 유무는 잠드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하기에 저는 제 개인 안대를 가지고 다니지만, 사우디아는 이를 모두에게 제공해 주어 좋았습니다. 안대 외에도 손 세정제, 마스크, 칫솔/치약 등 유용한 용품들도 함께 제공합니다. 특히 이어플러그는 노이즈 캔슬링 장치가 없으신 분들께는 수면에 큰 도움이 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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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WiFi

최근들어 대형 항공사들 위주로 많이 생기고 있는 듯 한데, 사우디아 항공도 기내 WiFi 서비스가 존재합니다. 물론 가격이 싸진 않은데, 메세지를 보내는 정도의 5분/5MB 짜리 WiFi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몇개의 어플을 지정해서 해당 어플로만 데이터가 오갈 수 있는 방식인 듯 한데, 아쉽게도 카카오톡은 안되고 아이폰 iMessage나 Facebook Messanger 등 해외에서도 많이 쓰이는 어플들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혹시나 아이폰 쓰시면 비행기 잘 떴다는 안부정도는 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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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WiFi 메뉴

 

단점

짐 무게에 까다롭다

스카이팀 항공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우디아는 인천에서 출발할 때 부터 짐 무게를 상당히 까다롭게 따졌습니다. 실내는 고작 7 kg이 허용되는데, 황당하게도 앞좌석 아래에 넣는 개인 소지품 까지 포함한 무게로 요구합니다. 기내용 수하물에 무게가 달리는 이유는 비행기가 못뜰까봐서가 아니라 Overhead Compartment라고 부르는 머리 위 짐칸에 정해진 무게 이상의 짐이 올라가면 자칫 비행 중 문이 열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예로, 만약 앞좌석 아래 넣는 짐이 10 kg가 넘어가서 문제가 된다는 말은 저보다 체중이 20 kg 더 나가는 사람은 안전을 위해 태우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때문에 여러 저가항공사를 포함하여 많은 항공사들이 앞좌석 아래 넣는 소형 가방은 무게제한을 두지 않죠. 그렇기에 합산 7 kg를 요구하는 것은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인데도 이를 체크인 시 짐을 전부 달아보며 빼던지 부치라고 반강제 요구를 합니다. 이 때문에 저 외에도 다른 승객들이 짐 문제로 카운터에서 문제가 된 승객 여러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부치는 짐으로 소지품을 옮기는 등 나름의 노력 후 약간의 항의를 통해 직급이 더 높으신 직원분과 합의(?)가 되었는데, 기본적으로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니 짐 무게에 신경을 좀 쓰던지, 저와 같이 부치는 짐에 규정보다 좀 여유있게 가져간 후 여차하면 부치는 짐으로 옮길 준비를 해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부치는 짐은 22 kg 두개 까지 기본으로 제공합니다.

술을 제공하지 않고 가지고 가지도 못한다

아마도 사우디아 항공이 유일하게 가지는 정책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슬람 규율을 따라야 한다는 명분으로 술을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승객이 면세점에서 구매하여 가지고 타는 것 까지도 규제합니다. 따라서 면세점에서 주류를 구입하려고 하시는 분은 사우디아 항공은 예매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단, 부치는 짐(위탁 수하물)에는 넣어도 알 수 없어서인지 이는 허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여담으로, 비행기 이륙 전 안전규정 안내 이후 안전한 비행을 염원하는 기도를 안내방송으로 알라신에게 올리고 출발합니다. 그 정도로 이슬람교에 진지한 항공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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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에서 술을 사서 들고가는 것도 금지하는 사우디아

사우디 아라비아를 거쳐야 한다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편이라면 별로 문제될 것은 없겠습니다만, 저와 같이 미국으로 향하는 경우에는 항로가 상당히 깁니다. 특히 제가 향한 LA는 태평양을 건너면 되는 약 10시간 거리이지만, 사우디아로 제다를 경유해 LA로 가게 되면 제다까지 약 11시간, LA 까지는 약 16시간으로 비행시간만 합산하면 27~28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비행기가 대서양을 건널 줄 알았으나 북극을 지나 캐나다 위로 지나가는 특이한 항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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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관동하는 특이한 항로

일반적으로는 기피하는 루트겠지만, 가격이 절반이다 보니, 또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루트는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보니 800 달러는 벌면서 이동한다는 생각으로 이용하니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국어로 소통이 불가하다

항공편 마다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탔을 땐 가능하다고 안내한 여러 언어 중 한국어는 없었습니다. 영어, 말레이어, 아랍어 외 몇개 가능하다고 하는데, 사실상 소통은 간단한 영어로 해야합니다. 어차피 승무원과 긴 대화는 나누지는 않기 때문에 저는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혹시라도 예민하신 분들은 이 점을 잘 고려해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정리

짐을 두고 까다로웠던 점을 제외하면 가격 대비하여 괜찮았던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대한항공에 비교하자면 다소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대형 항공사의 가격 갑질에 어느정도 대안이 되었다는 점에서 저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좀 돌아서 갔을지는 몰라도 델타 항공을 편도로 2,000 달러나 주고 탔다면 분해서 잠을 못잤을 것 같으니 말이죠.